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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자정이 되자마자 11월 26일 토요일에 있었던 제75회 한자능력검정시험의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새는 손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어서 시험볼 때 글자가 예전만큼 써지지 않아 시험 내내 수정액을 이용해서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바람에 행여나 채점자분들께서 내 글자를 알아보시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기우에 그쳤다. 예상으로는 10개 조금 넘게 틀리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뜻풀이에서 기대 이상으로 후한 점수를 얻어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한 것 같다. 2004년부터 계속 타이밍을 놓쳐서 지금에까지 이르렀는데 결국 일을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다. (그 사이 1급 응시 제한 조건 폐지와, 특급/특급II가 신설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긴 했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의 공부 방법을 통해 요령을 많이 깨우쳤으므로 나도 조금이나마 다른 응시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내가 했던 공부 방법을 남겨 둔다. 배정한자는 2004년, 2007년, 2016년, 총 세 번에 걸쳐서 외웠었는데 응시할 시기 놓쳐 본의 아니게 오랜 시간 반복 학습을 한 꼴이 되어버렸다. 이 점을 미리 밝혀 둔다.

 

1. 독음, 훈음, 부수, 약자 (50 + 32 + 10 + 3 = 총 95문제)

  이 부분은 필히 만점을 받아두어야 하므로 배정한자 3500자는 철저히 암기해둬야 한다. 3500명의 내 자식들이라고 생각하고, 어문회에서 정한 대표훈음과 부수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어문회에서 정한 대표 훈음으로 암기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한자쓰기와 동음이의어 등에 대비할 때 유용했기 때문이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훈음 대신에 대표 훈음으로 외워 두니 한자쓰기 할 때 꽤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구차(苟且)하다'의 苟를 평소 알던대로 '진실로 구'로 알고 있었으면 잘 외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문회에서는 여기에 '구차할 구'를 추가해서 두 개의 대표훈음을 지정하고 있다. '관리(管理)'도 마찬가지이다. 管도 '대롱 관'으로만 알면 암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주관할 관'도 추가로 대표 훈음으로 지정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부수는 대체로 한자의 뜻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시험에서는 뜻 부분 같은데 아닌 것, 혹은 통상적인 부수의 위치에 있지 않은 한자 등을 중점적으로 골라내서 암기해 두어야 한다. 이번 시험에서 나온 繭(고치 견)도 통상적인 부수 위치에 현혹되어 艸(풀 초)를 답으로 쓰면 안 된다. 답은 글자 안에 숨어 있는 糸()이다. 이런 한자가 몇 개 있는데(나 같은 경우에는 거의 400개ㅠㅠ) 각자가 눈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들을 정리해 두는 것이 부수 문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약자의 경우에는 세 문제 밖에 안 되서 대체로 응시자들이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도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다 맞힐 수 있는 부분이다. 기본서에 나와 있는 약자들의 수가 많아 보여도 중복되는 것이 많고, 일부 약자는 모양이 독특한 편이라 암기가 의외로 편할 수도 있다.

 

  위의 부분에서 철저히 대비했으면 다음에는 무조건 기출문제와 문제집으로 넘어간다. 당장 풀면 많이 틀리겠지만 무작정 기본서를 끼고 외우는 것보다 본 시험을 대비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굳이 제한 시간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웬만큼 외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시간을 재도 무방하다.

 

2. 장단음 (10문제)

  10문제나 되기 때문에 놓치면 타격이 좀 크다. 게다가 암기에도 딱히 요령이 없다. 내가 택했던 방법은 장음으로 되는 한자들을 활용하는 단어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골라서 외우는 것이었다. 단어 외울 때도 길게 소리내면서 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장음 한자 佳(아름다울 가)의 대표 단어인 가인(佳人)을 '가~~~~인' 이러면서 외우는 것이다. 장단음 문제 풀다가 내가 이 단어의 첫 글자를 길게 소리냈던 기억이 난다 하면 그게 답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문제를 풀 때 소리내면서 익히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또 의외로 소리를 내다 보면 왠지 길게 발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올 수도 있다. 또 하나 내가 택했던 방법은 문제지 안의 모든 한자어(한글로 쓰여 있는 것도 포함)에도 장음을 표기하며 외우는 것이다. 하다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들이 많아서 이렇게 하다 보면 암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3. 한자 쓰기 (40문제)

  이것도 역시 평소에 철저한 호기심으로 무장하여 어문회에서 정한 대표 훈음을 바탕으로 외우는 것이 좋다. 일단 문제를 풀면서 부딪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문제집 1회분을 다 풀었어도 시험 문제에 한글로 쓰여있는 다른 한자어도 한자로 바꿔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훈음 외우는 것을 다시 확인해보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체크해야 할 부분은 인명자를 제외한 2급 신습 한자들이다. 이 한자들이 1급 한자 쓰기 범위에 새롭게 포함이 되는데 의외로 여기에서 출제되는 비중이 높다. 1급 문제들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2급이나 특급II 기출문제를 추가로 접해봐도 좋다.

 

4. 완성형 (15문제)

  여기는 대체로 사자성어, 고사성어 문제들이다. 고사성어는 모르는 것이 나오면 틀릴 수 밖에 없는데 옛날 이야기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성어 내에서 한자 배치가 특수해서 단순히 각 한자의 훈음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역시 문제를 바탕으로 접하는 것이 편하고, 외울 때 가급적 고사성어가 등장하게 된 이야기도 읽어두는 것이 암기에 도움이 된다.

 

  여기까지 철저히 해두면 거의 160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나머지 40문제는 위의 것들을 준비하면 덩달아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5. 동의어, 반의어, 동음이의어 (10 + 10 + 10 = 총 30문제)

  역시 문제집을 풀다 보면 자주 나오는 문제들이 있으니 개인이 잘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험에서 나온 중후(重厚), 용이(容易), 정숙(靜肅), 과격(過激), 진부(陳腐)의 반대어 쓰기 문제의 경우에는 모두 예전에 나왔던 문제들이다. 사실 한자 쓰기 40문제를 공부하다보면 겹치는 단어가 왕왕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크게 부담이 없을 수도 있다.

 

6. 뜻풀이 (10문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의미만 통하면 정답으로 인정해 줄 정도로 채점이 후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이번에 경험해보니 정말 후했다. 최근 기출 경향은 한자의 훈을 잘 조합하면 답이 되게 끔 출제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뜻풀이 문제에 대해 거의 대비를 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서 이번에 다 맞힐 수 있었다. 한자의 훈을 철저히 외우는 것이 역시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하는 급수를 따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경험하고 복습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어문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기출문제를 모두 풀어봤다. 미래의 1급 응시자들은 최소 35회부터 75회까지 총 41회 분의 모의고사를 기본으로 갖게 되는 셈인데 한자 외우는 기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 회 분씩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꾸준히 풀고 복습해 본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출문제를 풀 때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모두 A4용지로 인쇄해 놓고 풀었다. 답안지의 경우 실제보다 칸이 작게 되는데 작게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실전에서 도움이 된다. 평소에 크게 쓰다가 시험장에서 작게 쓰려면 획이 복잡한 한자를 쓸 때 힘든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출문제가 컴퓨터 파일로 제공되는만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수시로 열어볼 수도 있다. 인쇄한 시험지에 각종 메모가 되어 있다면 암기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컴퓨터 파일로 다시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기출문제를 비롯한 각종 자료는 다음이나 네이버 한자 동호회 카페에서 구할 수 있다. 사실 기출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는 다운을 받기 보다 각자가 하루하루 기출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것을 정리하며 직접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내가 공부했던 방법에 대한 서술을 마친다.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작성해봤다. 암기를 잘 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단순히 한자를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에 새로운 기억을 걸쳐둔다는 식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훌륭한 시험을 만든 한국어문회, 각종 노하우와 어문회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으로 시험의 명맥을 유지시켜주신 과거의 응시자분들, 앞으로 새롭게 시험을 치를 미래의 응시자분들 모두에게 합격의 기쁨을 나누고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작성.


2017년 07월 08일 토요일 추가 작성.

물론 기출 문제와 더불어 어문회 기본서, 문제집이 가장 중요하지만 크기가 크고 들고 다니기에 무겁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A4용지로 뽑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파일을 만들어서 공부했다.

글씨가 매우 작고, 약자 파일의 경우에는 일부 약자가 빠져 있다.


1급한자 익히기.pdf

사자성어.pdf

쓰기한자 익히기.pdf

약자 익히기.pdf


2017년 07월 24일 월요일 추가 작성.

혹시나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위의 '1급한자 익히기'처럼 '특급2'와 '특급'에 대해서도 같은 종류의 파일을 만들어 봤다.


특급2한자 익히기.pdf

특급한자 익히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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