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후기
2015년 1월 24일 토요일에 있었던 제2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에 응시하였다.
내가 응시한 곳은 예전에 텝스 응시할 때와 같은 학교였는데 익숙했던 장소였지만 하필 자리가 바로 히터 옆으로 배정이 되어 문제 푸는 내내 내가 삶아지는 줄 알았다. 옷은 탈 것 같고 땀은 주룩주룩;;;
일단 이 시험에 응시하게 된 동기는 아래와 같다.
1. 한국사에 대한 애정과 실력 확인.
2.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처음 등장한 2007년부터 이 시험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미처 응시해 보지 못한 미련.
3. 기존에 하던 일에 대한 권태감 해소.
2번에 대해서... 처음에는 성적우수자에게 중국 역사 유적지 답사 기회를 줬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 없어져 있었다. 사실 생업이 있어서 국사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도 사실;; 그러나 가채점 결과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다ㅋㅋ
1,3번에 관해서는 이게 수능처럼 등급제 시험이 아닌지라 얼마든지 취미 목적으로도 응시할 수 있다. 만약 이 시험이 상대평가였으면 응시하기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성적이 꼭 필요한 사람이 어쩌면 피해를 볼 수도ㅠㅠ 그래서 상대 평가는 안 된다.
공부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예전에 사둔 민주국사 기본서(총 3권) 1회 정독 (2014년 10월에 2주동안).
2. Upass 한국사 어플을 통한 초,중,고급 기출 전부 풀기. 단 따로 해설을 만들며 공부하지는 않음.
3. 수능 국사, 수능 한국근현대사 어플을 이용한 수능 및 수능 모의고사 문제 풀기. 해설을 따로 만들지는 않음.
국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틀린 문제를 정리하고 해설을 만들수는 없었다. 누군가 정리해 놓은 해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봤지만 내가 찾고 정리해야 머릿속에 들어오는데 읽기만 하면 잘 기억되지 않는다;
시험 소감.
1. 14회부터 각종 국사 시험을 대체하게 됨에 따라 난이도가 안정되고, 특히 작년 4회분의 난이도는 낮았지만 이번에 다소 생소한 문제들이 많이 등장했다.
2. 사실 어려워지려는 기미는 25회 때 살짝 보였었다. 이때는 집에서 프린터해서 후딱 풀어봤는데 생소한 사료들이 몇몇 나왔었다. 4번(온달), 9번(적고적), 10번(낙산사-의상), 13번(안동 피난 공민왕), 21번(판옥선), 25번(무예도보통지), 30번(6위), 32번(존숭도감의궤), 34번(신민회 결성 취지서) 등이 새로웠다.
온달은 우연히 궁금해서 검색해본 건이 행운으로 작용하여 맞혔다. 물론 '한강 유역의 우리땅'으로 관산성 전투 직후임을 유추할 수도 있지만 온달은 평원왕 때 사람이다. 평강공주가 평강공주라서 평강공주가 아니라 평원왕이 평강왕으로도 불려서 그 공주를 그냥 그렇게 불렀다고 하니 기억하기가 쉽다. 그런데 이 말투는 장금이도 아니고ㅋㅋ그러고보니 고구려는 안장왕부터 평원왕까지 별로 알려진 업적이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머지 문제는 사료가 비록 생소했지만 지문이 쉬워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아- 신민회 결성 취지서는 유명한건데 나만 몰랐나보다. 다른 분들은 익숙한 사료였던듯 하다.
3. 이번 26회 고급은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몇몇 있었다. 지문을 통해 추리를 할 수 있는 문제들, 이런거 정말 바람직하다. 덕분에 최근 기출은 50문제 푸는 데 15분 안쪽이면 충분했지만 이번 것은 40분 정도는 풀었던 것 같다. 생소한 문제로는 3번(위만조선), 5번(김춘추), 6번(경덕왕), 17번(삼국유사), 24번(세종의 업적), 41번(이회영), 47번(대일선전포고)등이었다. 3번 문제는 '역계경'이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다. 생소함과 관련없이 3번(위만조선), 7번(소지마립간-관산성전투), 16번(김보당, 조위총의 난), 41번(이회영), 42번(유적지 위치)은 아주 좋은 문제들이라 생각하지만 47번 문제의 경우는 역대 최악의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일선전포고문의 시기를 대략만 알고 있었는데 별 관련도 없는 조선어 학회 사건을 경계로 나눠놓아 단순 암기 문제로 만들어버렸다. 26회 고급 시험의 옥의 티!
가채점 결과는 1급 합격에 성공하였으나 점수는 아쉽게도 85점이다. 사실 모든 시험의 목표 점수는 누구나 100점 아니던가. 6번 문제의 경우 '지방 행정 구역의 명칭을 중국식으로 바꾸었다'라는 지문은 처음으로 '왕'을 쓰기 시작한 지증왕 때의 일에 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성덕 대왕 신종도 혜공왕 때 완성되었을 줄이야ㅠㅠ 그 다음에는 어이없게도 15번 작은 설 동지를 틀렸고, 17번 삼국유사도 어쩐지 지문의 문체가 불교스럽지 않아서 다른 것을 골랐는데 틀렸다. 19번(공민왕)은 괜히 기억도 안 나는거 복잡하게 생각하다 틀렸고, 24번은 계해약조가 광해군 때인 줄 알아서, 32번은 정약전이 박해 이전에 이미 죽은 줄로 알아서 각각 틀렸다. 박해로 인한 유배 때문에 겸사겸사 자산어보를 쓴 것이 아니라 정말 물고기에 대해 탐구하고 싶어서 흑산도로 내려갔는 줄 알았다.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47번은 역대 최악의 문제로 정했으니 틀렸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 공부를 10월에 해두는 바람에 많은 내용을 잊어먹은 것이 아쉬웠다.
채점 결과가 2월 10일에 발표되니 곧 정확한 점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합격이 확정된 이후에 좀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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